[기획] '제품 아직도 사서 쓰니, 난 빌려 쓴다'
[기획] '제품 아직도 사서 쓰니, 난 빌려 쓴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19.09.24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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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렌털케어 제공>

오는 10월 결혼하는 예비신부 김소라(28)씨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침대, 에어컨 견적만 1000만원을 훌쩍 넘어가자 ‘렌털(Rental)’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김씨는 “A렌털업체의 ‘스마트 렌털’을 이용하면 1000만원대 혼수품을 월 10만원대 렌털료로 장만할 수 있다”며 “A/S(애프터서비스)도 일반 유통업체에서 제공하는 혜택과 똑같다”고 만족해했다.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빌려 쓰는 ‘렌털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다.

 고가의 제품을 저렴하게 이용하며 정기적인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데다 갈수록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렌털시장 규모는 2006년 3조원에서 지난해 31조9000억원으로 10배 넘게 급성장했으며 2020년에는 40조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렌털시장의 급성장은 고객들의 소비 형태가 소유에서 임대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있다.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생활가전에 한정돼 있던 개인 렌털시장은 가구·패션·생활용품·IT용품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부 송채연(30)씨는 “식기세척기, 음식물처리기, 커피머신, 에어프라이어, 인덕션 등 각종 주방·가전용품을 비롯해 LED마스크, 드라이어, 눈 마사지기 등을 모두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제품들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어 목돈으로 구매해 소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렌털가전사들은 올 상반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업계 1위인 웅진코웨이는 올 상반기 1조46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734억원, 2023억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SK매직도 상반기 360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3116억원 대비 15% 향상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 영업이익은 263억원으로 전년 동기 122억원보다 두배 이상 높다.

쿠쿠홈시스도 올해 상반기 3092억원의 매출과 6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9%, 74% 각각 증가한 것이다.

 렌털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대기업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현대홈쇼핑이 2015년 설립한 현대렌털케어도 지난해 매출 454억원을 기록해 전년(226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LG전자는 자사 가전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이 77%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젊은 세대의 구매력이 감소한 데다 신제품 등장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 렌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먹는 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이 렌털 형태로 바뀔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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