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민원 해결하고자 그룹총수 불러내서야
지역구 민원 해결하고자 그룹총수 불러내서야
  • 더마켓
  • 승인 2019.09.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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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지금까지 올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국내 5대 그룹 총수는 신 회장이 유일하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롯데 계열사인 롯데푸드가 협력업체에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신 회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해당 협력업체는 충남 아산에 위치한 모 빙과 제조업체인데 증인 선정 과정이 석연치 않다. 롯데푸드는 2004년부터 이 빙과업체에서 제품을 납품받다가 2010년 거래가 끊어졌다.

롯데푸드가 이 업체에 HACCP(해썹,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의무 적용에 따른 인증 취득과 투자를 요구하자 해썹 인증에 어려움을 느낀 이 업체는 롯데푸드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런데 이 업체는 3년이 흐른 2013년 롯데푸드 측의 불공정행위로 손실을 봤다며 롯데푸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충남 아산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 롯데 측 주요 인사를 증인으로 요청했다. 롯데푸드는 이 업체에 합의금을 주고 사안을 종결짓는 방식을 택했고 롯데 측 인사들에 대한 국감 증인 요청은 합의 이후 철회됐다.

합의문에는 추가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이 명기됐지만 이 업체는 식용유에 쓰이는 원유(原乳) 물량 50% 납품권과 분유 종이박스 납품을 요구했고 롯데푸드는 배임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롯데와 이 업체의 갈등은 2014년, 2016년, 2018년 국감 등에서 거론될 정도로 ‘단골 메뉴’다. 신 회장이 올해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사안도 같은 사안이다. 이번에도 이 의원이 신 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누가 봐도 이 의원이 특정 업체의 ‘민원 해결사’로 총대를 멨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정황이다. 국감이 열릴 때마다 같은 사안으로 기업 총수를 부르는 게 과연 국민을 대신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감시, 비판하는 장인 국정감사의 취지에 맞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히 롯데푸드가 납품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했다면 롯데푸드 관계자를 불러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공정거래위 등 관련 기관에 엄중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면 될 일이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총수를 불러내서 면박을 주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번 증인 채택이 국회 보건복지위, 나아가 국회 전체의 신뢰를 깎아먹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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