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노브랜드가 전통시장 바꿨다...'손님 북적'
[기획] 노브랜드가 전통시장 바꿨다...'손님 북적'
  • 이진숙 기자
  • 승인 2019.12.0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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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마트 제공>

“‘노브랜드’가 입점하면서 시장에 활기가 띠고 있습니다.”
대전 중구 산성뿌리시장의 김태성 상인회장은 “지난달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오픈한 이후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이 늘면서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산성뿌리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그는 “기존에는 주로 단골손님 위주로 장사를 했다” 면서 “노브랜드에 젊은 고객이 많이 오면서 오랜만에 시장에 아기 울음소리도 들린다”고 즐거워했다.

손님이 줄면서 침체에 빠졌던 전통시장이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와 함께 활력을 되찾고 있다. 노브랜드는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전문매장이다.

1일 이마트는 전통시장·자영업자·중소기업 등 ‘3대 상생’ 목표를 공개하고 노브랜드를 한국형 ‘알디(Aldi)’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라고 불리는 독일의 다국적 대형 슈퍼마켓 체인 알디는 일반 대형마트보다 30~50% 저렴한 가격에 PB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노브랜드는 독일 알디의 ‘착한 가격’ 전략에 ‘상생’을 더했다. 전국 노브랜드 230여 개 매장 중 상생스토어는 12개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올해만 안동구시장, 제천 중앙시장, 동해 남부재래시장, 삼척 중앙시장, 산성뿌리시장 등 5개를 오픈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대립 관계가 아닌 공존·공생 관계로 나갈 수 있다는 역발상적 시각에서 출발했다. 심각한 매출 감소로 어려움에 처한 스페인 마드리드 산타마리아 전통시장이 기업형 대형마트인 메르카도나와 손잡은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전통시장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후 산타마리아 시장은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메르카도나는 공산품을 판매하면서 집객은 물론 관광명소로 성장할 수 있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호점은 2016년 8월 당진 전통어시장에 들어섰다. 당진 어시장은 2015년 현대화 작업으로 새 건물에 입주했지만 2층 운영 주체를 찾지 못해 공실이었다. 당진 전통시장 상인회와 이마트 간 협의 끝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입점하게 됐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4월 취임 이후 첫 번째 현장 방문지로 당진 전통시장을 찾아 “이마트와 전통시장이 공존하면서 방문객이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안다” 면서 “대기업과 중소 상공인의 상생이 실현된 곳”이라고 평가했다.

노브랜드는 기존 자영업자 또는 예비 창업자와는 프랜차이즈를 통해 상생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브랜드는 중도 해지 위약금, 광고·판촉비, 교육비가 없는 ‘3NO’ 제도와 물류 서비스 제공 등을 도입했다.

자영업을 시작하는 경영주도 매장 운영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통업의 이해, 직무 스페셜, 시스템, 현장 OJT, 오픈 리허설 등 5단계의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노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은 가성비다. 노브랜드는 이를 위해 대기업보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상품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노브랜드에 따르면 1300여 개 판매 상품 중 약 70%가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올해 들어 노브랜드 150여 개 냉동·냉장 식품 중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노브랜드 칠리새우'는 지엔티라는 중소 협력업체가 생산을 맡고 있다. 지엔티는 급식용 식자재 전문업체로 돈가스, 불고기 등을 생산해 패밀리레스토랑 등에 납품하면서 내실을 다져 왔다.

노브랜드는 중소기업의 수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베트남과 몽골 내 이마트에 상품을 공급하던 노브랜드는 지난달 22일 필리핀 ‘로빈슨 갤러리아’ 쇼핑몰 전문점을 오픈했다. 필리핀 내 노브랜드는 전체 상품 중 한국 상품 비중이 70%에 달해 국내 중소기업 매출 증대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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