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밤 11시 전 주문, 이튿날 아침 식탁에..어쩌다 몰린 '새벽배송' 전쟁
[기획] 밤 11시 전 주문, 이튿날 아침 식탁에..어쩌다 몰린 '새벽배송' 전쟁
  • 김기환 기자
  • 승인 2019.12.15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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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SG 닷컴 제공>

국내 유통기업들이 마주한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새벽 배송’이다. 과거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말 그대로 아침 식사 직전인 새벽에 배송 받는 트렌드가 몇 년 사이 급속도로 확산돼서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새벽 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3년 만에 40배로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밤 11시 전 주문, 이튿날 아침 식탁에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의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로 꼽힌다. 스타트업 컬리가 2015년부터 운영 중인 마켓컬리는 밤 11시 이전에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으로 기존에 없던 새벽 배송 시장을 유행시켰다.

당일 수확한 채소나 과일, 육류와 수산물 등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 받아 영업소 36곳을 통해 이튿날 새벽 배송한다. 2015년 전체 9만건 정도였던 마켓컬리 샛별배송 주문량은 올해 하루 평균 3만∼4만건으로 늘어났다. 회원 수는 올 6월 기준 약 200만 명, 매출은 지난해 기준 1571억원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다른 기업들도 ‘뒤처지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새벽 배송에 줄줄이 가세했다.  GS리테일의 온라인 쇼핑몰 GS프레시가 2017년, GS홈쇼핑의 온라인 쇼핑몰 GS샵이 지난해 각각 새벽 배송에 뛰어들었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롯데슈퍼가, 올 7월 롯데홈쇼핑이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세계 역시 올 6월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을 통해 새벽 배송을 진행 중이다. 대규모 적자에도 과감한 투자로 화제를 몰고다니는 쿠팡도 지난해 10월부터 새벽 배송 개념의 ‘로켓프레시’ 서비스에 나섰다.

신선식품 유통 주도권을 조금씩 내줄 위기에 처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도 새벽 배송에 속속 도전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당일 오후 4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주는 ‘새벽식탁’ 서비스를 지난해 7월 백화점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롯데마트는 한술 더 떠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자정까지 배송해주는 야간 배송 서비스를 올 8월 시작했다.

◆“성장동력 아니다”…몸 낮춘 홈쇼핑
 
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새로운 경쟁에 내몰린 기업들의 속내는 썩 유쾌하지 않다. 선점 효과를 못 누리는 후발주자들은 물론이고 시장점유율 39.2%를 확보한 마켓컬리마저 수익성 악화로 고심 중이다. 컬리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336억원으로 2015년의 6배로 늘었다.

홈쇼핑이 새벽배송 시장에 본격 뛰어들지 않는 이유다. 현재 홈쇼핑 5개사 중 식품 비중이 큰 NS홈쇼핑을 제외하고는 새벽배송 서비스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홈쇼핑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하고, 아직까지 비용 대비 효율성이 검증 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홈쇼핑업계에서 첫 새벽배송을 시작하는 롯데홈쇼핑도 “방향성은 무조건 배송으로 가는 것이 맞다”면서도 “효율성을 높여 배송비를 최대한 최소화해서 집행하는 게 풀어야 할 과제”라며 새벽배송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홈쇼핑업계가 협력사와 협업 등을 통해 제품군을 확대할 경우 새벽배송이 ‘캐시카우’ 역할을 충분히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류 인프라 구축 투자비도 만만찮아

새벽 배송은 포장비와 운반비가 일반 배송보다 많이 들어 수익성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상하기 쉬운 신선식품이다 보니 스티로폼과 아이스팩 등 고비용 포장재를 투입해야 하며, 늦은 밤 진행되는 업무 특성상 인건비도 주간보다 1.5~2배로 들어서다. 또 직매입부터 냉장·냉동 보관까지 새벽 배송을 위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초기 투자비도 만만찮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새벽 배송 서비스 지역은 아직 수도권에 국한돼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경쟁 격화로 새벽 배송이 보편화하면서 서비스 차별화가 쉽지 않다”며 “다각도로 또 다른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켓컬리는 현재 수도권에서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미 전국적인 유통망과 물류망, 수천만 회원을 확보한 대기업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마케팅을 강화할 경우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뺏길 가능성이 적잖다.

그동안은 마켓컬리가 선발주자로서 프리미엄을 누려왔지만, 향후 이커머스 시장과 같은 치킨게임이 벌어진다면 결국은 ‘돈 싸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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