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편익 무시한 환경부의 재포장 금지 규제
소비자 편익 무시한 환경부의 재포장 금지 규제
  • 더마켓
  • 승인 2020.06.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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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재포장 금지법’이 유통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8일 유통·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지난 1월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재활용촉진법)'의 하위 법령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내달부터 1+1, 2+1 등 판촉, 사은품 증정, 공장에서 출시된 이후 낱개로 판매되다가 판촉을 위해 여러 개를 묶어 전체를 감싸 다시 포장하는 ‘상품 재포장’이 불법이 된다. 환경보호 명분으로 과대 포장을 금지하겠다는 발상이지만 묶음 할인 판매가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도 저렴하게 물건을 사는 ‘윈윈’ 마케팅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측은 “낱개 구매는 박리다매 효과가 떨어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삼양라면은 5개+1개를 묶어 2980원에 파는데 1개를 샀을 때 가격보다 16.8% 싸게 사는 셈이다. 햇반 1개 가격은 1600원인데, 6개짜리 묶음 상품은 7280원으로 묶음 상품의 개당 가격이 낱개 상품보다 25% 정도 싸다.

유통업체 간 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환경부는 코스트코·이마트 트레이더스와 같은 창고형 할인마트에 묶음 할인 판매를 허용했다. 온라인쇼핑 업체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온라인 유통업체에 대해선 자세한 규정 조차 내놓지 못할 정도로 환경부가 정책을 서두르는 건 현장 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유통-식품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에도 영향이 큰 정책을 계도 기간도 없이 시행하겠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다. 환경부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국민이 저렴하게 물품을 구매할 기회는 보장하면서 과도한 재포장만 개선하겠다는 취지라며 계도 기간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장업체가 대부분 중소규모인데 가뜩이나 코로나 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에 미칠 영향도 간과해선 안된다. 당장 관련 업계에서는 ‘일감 절벽’ 사태를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고 한다.

정부가 손쉬운 규제 정책에 기대기보다는 환경친화적 포장을 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포장 문화를 바꾸는 데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과도한 재포장이 문제라 하더라도 실제 재포장을 금지했을 경우 환경 개선 효과가 얼마나 될 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서 명분이나 행정 편의만 앞세울 게 아니라 소비자 편익, 현장에 미칠 파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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