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규직 전환 갈등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규직 전환 갈등
  • 더마켓
  • 승인 2020.06.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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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정규직 신분인 청원경찰로 전환하면서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노동계 요구에 이끌려 현실을 외면한채 보여주기식으로 정규직 비율만 높이려 했기 때문이다. 채용 현장의 과정을 무시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노동계의 조직적 대응이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기되는 문제는 정규직, 비정규직, 취준생 사이의 공정성 문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공기업 정규직 전환을 중단해 달라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이곳에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며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게 평등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벌써 5만명이 넘는 이들이 호응했다. 실제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년 연속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공기업 1위에 오르는 등 인기 직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번 정규직 전환은 노노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인천공사 정규직 노조는 “고용안정을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실업자를 내몰고 심각한 노노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헌법소원 제기까지 나선 모양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불거진 쿠팡 물류센터에 대한 정규직 전환 요구도 지켜봐야할 문제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피해노동자모임’에서도 정규직 비율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류효정 정의당 의원은 “집단 감염이 발생한 부천센터는 일용직과 계약직의 비율이 97%가 넘는다”며 “쿠팡이 불안정 노동의 정점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대학생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대부분이 현직 직장인, 주부, 또는 나와 같은 대학생”이라며 “노동계가 말하는 상시근로자를 늘리라는 이야기는 결국 다니던 직장 때려치고, 아기보지 말고 공부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쿠팡측 역시 “상시근로자의 확대는 회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일용직에게 지속적으로 상시근로자 채용 확대를 위해 권유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밝혔다.

코로나 19 사태는 전례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뉴 노멀’(새로운 표준) 시대에 노동 형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재택 근무가 일상화하고 플랫폼 노동자들도 양산되고 있다. 일률적으로 정규직 전환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이유다. 실질 소득이 줄어 투잡, 쓰리잡을 해야하는 이들에게 정규직 전환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정규직 비율만 따질 게 아니라 노동 현장의 변화부터 직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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