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인 저출산 대책, 패러다임 바뀌어야
백약이 무효인 저출산 대책, 패러다임 바뀌어야
  • 더마켓
  • 승인 2020.08.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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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매달 발표되는 출생아수는 역대 최소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태어난 아기는 14만2000여명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5만8425명) 대비 9.9% 감소한 수치로, 1981년 관련 통계를 수집한 이래 최소 기록이다. 저출산 추세는 이미 관련 업계 악영향을 넘어 국가 생존을 걱정해야할 수준이 됐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0년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출생아 수는 14만2663명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는 2분기에 6만8613명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9.0% 줄었고, 앞선 1분기에는 7만4050명으로 10.8% 감소했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합계출산율은 2분기 기준 0.84명으로, 1분기(0.90명)보다 적었다. 합계출산율은 2분기 기준으로 2008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저치다.

통계청은 가임 여성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혼인 건수도 감소하는 추세여서 이 같은 저출산 흐름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2006년부터 1∼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해 14년간 2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저출산 흐름을 꺾지 못했다.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 셈이다.

저출산 영향은 관련 업계에도 짙은 그늘을 남겼다. 국내 최대 유아복 업체 아가방앤컴퍼니는 2014년 중국 랑시그룹에 팔렸고, 해피랜드는 골프 의류와 숙녀복으로 주력 사업을 바꿨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한 대씩 사던 피아노는 저출산이 광범위해진 이후 판매량이 계속 줄어 1992년 18만7000대에서 2010년 2만대 이하, 지난해엔 3000대로 추락했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위기를 겪은 일본 사례가 우리 앞날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은 어린이 대상 산업 뿐 아니라 테마파크·주류·가전·자동차 등이 극심한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저출산은 내수 산업 활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4차 산업 시대에 인적 자원이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저출산 대책은 국가 생존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그간 저출산 대책은 출산한 가구에 아동수당 등 현금복지 형태로 집중 지원됐지만 통계에서 드러나듯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보육시설 부족이나 경력 단절, 집값 상승, 사교육비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면서 젊은 세대에 출산의 당위성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아이를 낳고 싶은 보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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