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외국인 면세점 씀씀이 씁쓸한 역대 최대...인천공항은 90% 급감
[기획] 외국인 면세점 씀씀이 씁쓸한 역대 최대...인천공항은 90% 급감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10.1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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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외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지출한 금액이 1인당 평균 1만5000달러(약 1700만원)를 넘어서며 역대 월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매출은 90% 가까이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어난 유례없는 현상으로, 국내 면세점의 매출이 일부 외국인 '큰 손'에 의존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11일 한국면세점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면세시장 총판매액 월별 추이 자료를 보면 국내 면세시장에서 외국인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지난 1월 908달러에서 2월 1147달러, 3월 3323달러, 4월 6687달러, 5월 8652달러로 늘어났다.

6월에는 단숨에 1만달러 선을 뛰어넘어 1만2954달러를 기록하더니 7월에는 1만4275달러, 8월에는 1만5539달러로 커졌다.

이 중 8월 지출액은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인 2019년 외국인 1인당 평균 지출액 891달러의 17배에 달한다.

연도별 외국인 1인당 지출액을 보면 2016년 370달러, 2017년 624달러, 2018년 749달러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최근에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의 1인당 지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실상 전무한 가운데 본국에서 재판매할 목적으로 들어온 중국인 보따리상의 구매만 이뤄지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면세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관세법상 국내인과 달리 외국인은 면세 구매액에 한도가 없다.

2주간의 격리 조치 등으로 국내 입국이 어려워지자 이런 외국인 보따리상이 한번 들어왔을 때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도 구매액이 커진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인 보따리상도 예전에 비하면 번거로우니 한번 들어왔을 때 더 많이 사 간다"고 전했다.

제한된 구매자를 놓고 면세점들이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앞다퉈 할인 폭을 키운 것도 구매액 증가를 부채질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구매액이 높을수록 할인율도 올라가니 할인을 더 많이 받기 위해 구매액을 늘린다" 며 "그러나 이런 할인 경쟁으로 매출액 회복 추세와 달리 면세점의 수익성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들어오는 보따리상은 제한돼 있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과거보다 더 할인을 많이 해주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매출이 9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수흥 의원이 지난 9일 관세청에서 받은 인천국제공항 입점 면세점 매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매출은 237억원으로 지난해 6월 2208억원에서 89.3%(1971억원) 줄었다.

지난해 6월 이후 매달 2200억원대 안팎을 기록하던 인천국제공항 입점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해 여객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한 올해 2월 1165억원으로 줄고 4월 544억원, 6월 237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이 대기업 면세점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호텔롯데·호텔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3사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6월 1980억원에서 올해 6월 231억원으로 88.3%(1748억5800만원) 줄었다.

SM, 엔타스듀티프리, 시티플러스, 그랜드관광호텔 등 중소·중견기업 4사 면세점 매출은 같은 기간 228억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97.5%(222억1300만원) 감소했다. 제1터미널에 입점한 SM면세점이 결국 지난 7월 영업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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