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집단감염 무섭지만 마냥 쉬면 파산"...자영업자들의 비명 들린다
[기획] "집단감염 무섭지만 마냥 쉬면 파산"...자영업자들의 비명 들린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0.12.31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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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안돼 폐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날이 막막합니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20년째 횟집을 하는 이모씨는 “지난 9~10월 거리두기 2.5단계일 때 매출액이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었다” 며 “요즘은 아예 손님이 없다”고 토로했다.

광화문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주모씨도 “연말에 벌어놔야 다음해를 버틸 수 있는데 연말 특수가 물거품 됐다” 며 “광화문 일대가 대부분 사무실이어서 저녁 9시 이후 배달하는 곳도 거의 없다. 9시까지 영업을 하느니, 아예 문을 닫는게 이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수원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진석모씨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2단계 또는 2.5단계를 강력하게 시행해 코로나19를 잡은 후에 단계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며 “거리두기 격상도 미적거리고 단계를 하향 조정한지 2달도 안돼 2단계로 올리는 오락가락식 행정은 자영업자들의 목을 서서히 조이는 살인행위”라고 지적했다.

연말 ‘대목’이 악몽으로 변했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행된 지난주 자영업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주는 크리스마스를 낀 연말 대목이라 지난해 매출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그에 대비한 올해 감소 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31일 자영업자의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12월 넷째주(21~27일) 전국 자영업자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자영업자 매출은 올 초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절반 이하로 추락한 것은 처음이다.

자영업자 매출액 감소 폭은 지난 2·3월의 1차 유행과 8·9월의 2차 유행 때 20%대에 머물렀지만 지난 11월 시작된 3차 유행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12월 셋째주에 32%로 처음 30%대 감소 폭을 보인 데 이어 지난주 더욱 커졌다. 지난 8일 수도권의 거리 두기가 2.5단계(비수도권은 2단계)로 강화된 데다 23일부터는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작돼 송년회 모임 등이 대거 취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는 연말 소비 규모가 큰 서울의 피해가 가장 컸다. 서울 지역 자영업자의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61%나 떨어졌다. 1차 유행 당시 코로나19 환자가 집중 발생한 대구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49% 떨어진 것이 최대치였는데 그보다 피해가 크다. 특히 상업 지역이 밀집한 마포구(72%), 종로구(71%), 용산구(69%), 중구(68%) 등은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며 재택근무, 송년 모임 취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다른 지역에서도 세종, 충남, 전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자영업자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2월 셋째주엔 거리 두기 단계가 높은 수도권의 피해가 더 컸다면, 12월 넷째주엔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의 피해가 더 부각됐다. 대표적으로 부산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8%나 줄어 서울 다음으로 감소 폭이 컸다.

업종별로는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업종들의 피해가 이어졌다. 유흥주점, 노래연습장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에 불과했다. 10분의 1도 안 되는 매출이 2주 연속 이어졌다. 실내체육시설과 목욕탕은 85%, PC방은 70% 매출이 줄었다.

문제는 피해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코로나19 환자가 하루 1000명 이상 발생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자영업자의 대목 실종은 연말에서 연초, 설로 이어질 수 있다. 자영업자 비례대표인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재난지원금 지급이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겨우 버티게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방역에 협조하느라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을 구제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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