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쿠팡은 왜 10년 전 목표했던 나스닥 대신 뉴욕 증시를 택했을까?
[기획] 쿠팡은 왜 10년 전 목표했던 나스닥 대신 뉴욕 증시를 택했을까?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2.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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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 직상장을 선택한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계의 최강자 쿠팡의 행보에 유통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해 '로켓 성장'을 해온 쿠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국내 증시 대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는 차등의결권이 지목된다.

쿠팡이 지난 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김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에 일반 주식인 클래스A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에 대한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김 의장이 가진 주식 1주는 다른 사람이 가진 일반 주식 29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는다는 의미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한 미국 음식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도 공동창업주들에게 일반 주식보다 20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등 미국에선 한국과 달리 의결권이 차등화된 여러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 의장이 클래스B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분 2%만 갖고 있어도 58%에 해당하는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의장은 외부의 인수·합병(M&A) 시도를 견제하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쿠팡이 미 증시 상장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해석된다.

미 IPO 시장의 열기가 뜨거운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약 55조4천억 원)를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2014년 중국 알리바바그룹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IPO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쿠팡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미국과 달리 국내 증시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쿠팡은 미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공격적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로켓배송’ 지역 확대를 위한 물류센터와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 확충이 주요 자금 사용처로 손꼽힌다.

로켓배송은 소비자를 계속 쿠팡을 이용하게 만드는 '락인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도 상장 신청 서류에서 “현재 우리의 자금 지출 중 상당 부분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로, 성장을 위한 야심 찬 계획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큰 규모의 자본 지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풀필먼트와 물류센터를 건설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한편 배송 시간을 줄이고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가전제품, 뷰티, 의류 등 시장 침투율이 낮은 주요 상품군을 포함해 전반적인 직매입 상품군을 확대하고 더 많은 판매자가 쿠팡에 등록하도록 유인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로켓 프레시, 쿠팡 이츠, 쿠팡 페이 등을 언급하며 “우리의 제공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 계획도 항상 탐구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 “작년 한 해만 2만5000 명을 채용했다”며 2025년까지 5만 명 신규 고용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라며 환영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쿠팡 상장 계획과 주요 외신 평가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 그리고 비대면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을 계기로 벤처투자 활성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정부는 벤처·창업 생태계 강화 등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쿠팡은 현장 직원들에 대한 주식 무상 부여 계획을 밝혔다.

이날 오전 강한승 쿠팡 경영관리총괄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번에 진행되는 일회성 주식 부여 프로그램을 통해 (1인당) 약 2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주식 배부 대상자는 올해 3월 5일 기준으로 쿠팡과 자회사에 재직 중인 쿠팡 배송직원(쿠팡친구)과 물류센터 상시직 직원, 레벨 1~3의 정규직과 계약직 직원이다. 이들 중에서 그동안 주식을 받은 적이 있는 직원은 제외된다.

이들에게 배부되는 주식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으로, 주식을 받은 날로부터 1년을 근무하면 50%를, 2년을 근무하면 100%를 받을 수 있다. 개별 부여 주식 수 등은 추후 공지된다.

쿠팡은 16일부터 주식 부여 대상자를 위한 상담 콜센터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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