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쿠팡보다 싼 이마트? 유통가, 무한경쟁 시대 최저가 '올인'
[기획] 쿠팡보다 싼 이마트? 유통가, 무한경쟁 시대 최저가 '올인'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4.08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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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에서 ‘최저가 보상제’와 무료배송이 부활했다. 최저가 보상제는 경쟁사 보다 비싸면 보상해주는 것으로 경기가 안좋을때 구사하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한동안 직접적인 가격 경쟁을 자제하던 유통업체들이 이커머스 시장의 승기를 잡기 위해 출혈을 감수한 경쟁까지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는 8일 이마트앱을 개편하면서 앱을 통해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격 비교 대상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과 롯데마트몰·홈플러스몰의 점포배송 상품이다. 구매 당일 오전 9~12시 이마트 가격과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판매 가격을 비교해 고객이 구매한 상품 중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이마트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쇼핑 포인트인 e머니로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가격은 이마트앱이 자동으로 비교하며, 고객은 앱을 통해 간편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

신라면, CJ햇반, 서울우유, 코카콜라, 삼다수 등 주요 가공·생활용품 500개가 대상이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상무는 “이마트는 온라인 유통 채널이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기존점 리뉴얼, 그로서리 상품 차별화 등 체험적 요소 강화를 통해 오프라인 대형마트만의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며 “이번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실시로 이마트는 체험적 요소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는 2007년 자사 상품이 동일 상권 내 다른 대형마트보다 비싸면 이를 보상하는 최저가 보상제를 실시하다가 폐지했다. 이마트가 이를 부활시킨 것은 쿠팡을 비롯한 경쟁자와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뉴욕 증시 상장으로 실탄을 확보한 쿠팡은 지난 2일 로켓배송 상품을 하나만 주문해도 무료로 배송해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쿠팡은 과거 로켓배송을 도입한 초창기에 조건 없는 무료배송 이벤트를 한 적이 있지만 이후 한동안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월 2900원) 회원에게만 제공해오고 있었다.

쿠팡 측은 “와우 멤버십을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았거나 현재 이용 중이지 않은 고객들이 쿠팡만의 무료배송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열심히 최저가를 검색했지만 막상 주문을 하려고 보면 배송비가 추가돼 더는 최저가가 아니었다는 소비자들의 경험담에 기반해 행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급성장했지만 이용자수에서는 네이버에 못 미친다. 로켓배송을 무료로 이용해본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쿠팡 회원으로 넘어오는 효과를 위해 무료배송 이벤트를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수퍼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일부 점포에서 ‘퇴근길 한 시간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 사이에 생필품 등 500여종을 한 시간 이내에 배달해준다. 주문금액 2만원 미만은 배송비가 4000원, 2만원 이상은 2500원이다. 현재는 수도권 16개 지점으로 서비스 지역이 확대됐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지난 2월 배송 서비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온라인’을 선보였다. 전국 253개 직영 매장의 반경 2.5㎞ 내에서 한 시간 내 배송을 한다. 오전 11시~오후 10시 고객이 주문하면 매장 내 담당자가 진열된 상품을 집고, 배달대행업체가 이를 배송하는 식이다.

유통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가격 경쟁 등에 나서는 것은 결국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협력을 약속했고, 롯데쇼핑은 중고나라를 인수하며 중고 거래 시장에도 진출했다. 오픈마켓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는 롯데와 신세계, SKT(11번가)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최저가 보상제 등이 다시 등장한 것은 서로 차별화할 요소가 거의 없어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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