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커머스 1020 잡으려면 패션 플랫폼을 잡아라
[기획] 이커머스 1020 잡으려면 패션 플랫폼을 잡아라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1.04.12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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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10~20대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를 인수한다. 지그재그는 2015년 개발자 출신인 서정훈 대표가 설립한 의류쇼핑몰다. 이용자가 취향을 제시하면 인공지능(AI)이 좋아할만한 옷을 한번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국내 업계 최초로 AI 추천 기능을 도입해 개인 맞춤 추천 쇼핑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창업 1년 만인 2016년 거래액이 2000억원, 2018년 5000억원, 지난해 거래액은 7500억원을 넘기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차기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 후보로 꼽힌다.

카카오·네이버 등 인터넷 대기업은 물론, 롯데·신세계 같은 전통적인 유통 공룡들까지 경쟁적으로 패션 플랫폼 확장에 나서고 있다. 10~20대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카카오와 신세계는 이달 여성 의류 전문 쇼핑몰 지그재그·W컨셉을 각각 인수했다. 롯데도 올해 초부터 100여개 인터넷 의류 쇼핑몰을 입점시켜 4월 패션 전문숍을 열었다.

◆카오·신세계는 인수, 롯데는 입점 전략

신세계의 SSG닷컴은 이달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했다. W컨셉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위주로 상품을 구성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취향 소비’를 하는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얻은 브랜드다. W컨셉은 2008년 10월 설립된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회원수는 약 500만명이다. 여성 패션 편집숍 부문 1위 업체다. SSG닷컴은 “신세계·이마트와 연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잠재적인 고객으로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올해 초부터 모코블링, 온더리버, 착한구두, 분홍코끼리 등 온라인 패션 브랜드 100여개를 롯데온에 모셔왔다. 해당 쇼핑몰들은 2030 세대에게 수요가 많은 쇼핑몰들로 롯데온은 꾸준히 입점 쇼핑몰 수를 늘리고 있다. 이달에는 패션 상품만 따로 모은 ‘스타일숍’을 새로 열고 패션 전문 쇼핑몰처럼 다양한 코디법과 스타일링 추천 서비스도 한다. 롯데온은 다른 종합쇼핑몰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현재까지 30여개 대형 셀러와 830여개 브랜드를 직입점 형태로 입점시켰다. 올해까지 50여개 브랜드를 직입점 형태로 들여오겠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 모두 롯데온·SSG닷컴 등 자체 온라인 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4~5% 불과하다. 주 이용 고객도 대형 마트·백화점 고객층과 같은 30~40대다. 두 회사는 온라인 패션몰을 통해 젊은 세대의 유입률을 높이고, 온라인 패션 브랜드의 고객들을 통합 포인트·멤버십으로 묶어 미래의 마트·백화점·온라인 쇼핑몰 고객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션으로 점유율 30%에 도전

네이버와 쿠팡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17.1%)로 올라선 네이버는 2014년 오프라인 옷 가게 정보를 모은 ‘스타일윈도우’에 이어 작년에는 ‘미스터’라는 남성 패션 편집 매장을 내놓았다. 입점 브랜드만 봐도 지오지아, 송지오옴므, 커스텀멜로우, 내셔널지오그래픽, 세인트제임스 등 다양한 색깔의 브랜드가 담겨있다. 현재 신발 수요가 많아 메인 카테고리로 슈즈를 올려놓고 셔츠/남방, 니트/스웨터, 재킷, 점퍼 등 니즈가 많은 상품들 위주로 꾸렸다. 네이버는 2025년까지 30%까지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2019년 지그재그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쿠팡 역시 작년 4월 패션 편집숍 C에비뉴를 내놓고 빈폴, 라코스테, 뉴발란스 등 유명 브랜드관을 입점시키며 패션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패션 1위 업체인 무신사도 여성 패션 인수에 재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신사는 작년 거래액이 1조4000억원으로 2년 만에 규모가 3배로 커졌지만, 남성 회원 비율이 55% 정도로 높다. 최근 여성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여성 손님에게만 쿠폰을 나눠줬다가 남녀 차별 논란이 불거지며 조만호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한 사태도 무신사가 내놓은 여성 패션 플랫폼 ‘우신사'를 더 키우려다 벌어진 일로 해석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전통적인 유통 기업에는 온라인 쇼핑몰 인수가 새롭고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브랜드 이미지 효과도 있다”며 “주 고객층을 통한 입소문만으로 시장을 선점한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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