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쿠팡·이마트 이어 롯데마트도 참전…'최저가' 전쟁 불붙었다
[기획] 쿠팡·이마트 이어 롯데마트도 참전…'최저가' 전쟁 불붙었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4.1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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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15일부터 주요 생필품 500개 품목을 업계 최저가로 맞춰 경쟁사 이마트와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 이 품목들을 사면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기본 적립률의 5배로 적립도 해준다. 이마트가 생필품 500여 개 품목을 쿠팡·롯데마트몰·홈플러스몰보다 싸게 팔겠다며 ‘최저 가격 보상 적립제’로 선공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앞서 편의점 GS리테일·CU가 8일부터 채소 최저가 판매에 나섰고, 마켓컬리도 지난 12일 과일·채소·정육 등 60여 가지 제품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온라인몰보다 싸게 팔겠다고 선언했다. 유통업계에선 “2010년 대형마트들이 10원 단위로 최저가 낮추기 혈투를 벌였던 ’10원 전쟁'이 돌아왔다”는 말이 나온다.

전쟁에 불을 댕긴 건 쿠팡이었다. 쿠팡은 지난 2일부터 기한 없이 ‘로켓배송 상품 무조건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저가 상품이라도 배송비가 추가되면 더 이상 최저가가 아니다”라는 설명을 붙였다. 모든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쿠팡이 사실상 ‘최저가’라는 메시지였다. 쿠팡의 도발에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유통업체까지 응전에 나서면서, 최저가 전쟁이 확전된 것이다.

쿠팡의 도발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오프라인 대형마트 이마트였다. 지난 8일 “쿠팡보다 비싸면, 차액을 돌려준다”며 ‘최저 가격 보상 적립제’를 내놓은 것이다. 매일 오전 쿠팡 등 온라인 몰과 비교해 최저가의 차액만큼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GS리테일·CU 등 편의점 업계에서도 채소를 앞세워 전쟁에 뛰어들었다. GS리테일은 온라인 장보기 몰(GS프레시몰)에서 50여 종의 채소를 초저가로 판매하는 ‘채소 초저가 전용관’을 상시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CU 편의점은 지난 8일부터 30일까지 대파, 깻잎, 모둠 쌈 등 6종 채소를 대형마트보다 싸게 파는 행사를 시작했다.

쿠팡에 이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마켓컬리도 지난 12일 최저가 판매 프로그램인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첫 구매 시 금액에 따라 무료 배송을 제공하고, 인기 제품을 1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혜택도 내놓았다.

대형마트의 가격 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마트는 1997년부터 최저가 보상제를 운용했으나 업체별 가격차이가 줄고 출혈 경쟁의 원인이 된다며 2007년 폐지했다. 이어 이마트가 2010년 1월 12개 품목에 대한 가격 인하를 발표하자 롯데마트는 "경쟁사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라고 공식 발표하며 소위 ‘10원 전쟁’이 시작됐다.

2014년의 경우 이마트에는 롯데마트 직원이 한 명, 롯데마트에는 이마트 직원 한 명이 상주하며 삼겹살, 배추, 꽃게 등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10원씩 낮추기도 했다. 이후 2015년 롯데마트는 창립 17주년을 맞이해 대형마트의 ‘10원 전쟁’에서 벗어나 고품질 상품 공급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하면서 전면적인 가격 전쟁은 한동안 사라졌다. 당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벌인 최저가 전쟁을 경험한 일부 업계 베테랑들은 대형마트가 무모한 출혈 경쟁을 벌였다고 평가했다.

유통업체들의 최저가 전쟁을 바라보는 제조업체의 속내는 복잡하다. 특히나 주요 식품업체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갑’인 유통업체 간 경쟁이 길어질수록,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어서다.

또 대형마트와 쿠팡 같은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슈퍼나 편의점 같은 다른 업태의 유통업체도 가격 인하 압력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익명을 원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대형마트나 특정 이커머스 업체로부터 납품가를 낮춰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싸움이 길어지면 어떤 식으로든 납품가 인하 등의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10원 전쟁이 서로의 손님을 뺏어오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10원 전쟁은 이커머스 업체들과 그들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오프라인 기반 업체들의 주도권 싸움”이라며 “서로 손해가 큰 이 경쟁을 오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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