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 억제?" 도넘은 마케팅…남양유업 8년 만에 또 불매운동
[기획] "코로나 억제?" 도넘은 마케팅…남양유업 8년 만에 또 불매운동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4.18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이후 강한 역풍을 맞고 있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 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을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이 여전히 거세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리점 갑질로 촉발된 남양 불매 운동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아이를 둔 한 소비자는 “처음 기사를 보고 (불가리스를) 당장 사러 가야 하나 했는데, 실험 대상이 개랑 원숭이고 발표자는 남양유업 임원이란다. 몇 년 만에 남양유업 제품을 먹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앞으로도 쭉 불매한다”고 적었다.

다른 소비자들 역시 “믿고 거르는 남양유업”, “애초에 식품으로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게 웃긴 것 같다”, “남양유업이니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역시나 불매할일들만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한 소비자는 “나는 남양유업 제품을 쳐다도 안 본다” 며 “요구르트를 살 때도 남양유업 것인지 아닌지부터 보고 제품을 고른다”는 글을 남겼다.

일부 누리꾼은 코로나19 백신 대신 불가리스를 접종하는 합성 이미지를 만들어 공유하며 남양유업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자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항바이러스 연구는 세포실험 이후에도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추가 검증이 필요한 실험 결과만을 토대로 자사 제품이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

이날 발표 이후 일부 소매점에서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빚어졌고, 남양유업 주가는 장중 한때 전일 종가(38만원) 대비 29% 오른 48만9000원까지 뛰었다. 첫 연구 발표가 있던 13일부터 14일 사이 개인 투자자들은 60억 넘게 남양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자 지난 15일 식품안전의약처는 “긴급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양유업이 해당 연구 및 심포지엄 개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점을 확인했다”며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의 발표가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또 남양유업이 해당 연구에 불가리스 제품과 연구비 등을 지원한 점, 심포지엄의 임차료를 지급한 점 등을 토대로 회사 측이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자사 홍보 목적의 발표를 했다고 보고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남양유업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심포지엄 과정에서 (발표된)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으로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에게 코로나19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붓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대리점에 강제로 떠넘기고 반품을 받지 않는 ‘물량 밀어내기’ 갑질을 한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섰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3대 편의점도 ‘남양유업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며 불매 운동에 동참했다.

남양유업은 이번에는 무리하게 ‘코로나 마케팅’을 했다는 비판으로 기업 이미지가 또다시 타격을 받고 있다.

한편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서도 내려왔다.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11년 만이다. 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 매출은 7.95% 감소한 9,48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익은 적자전한 해 771억 원의 손실을 냈고 당기 순손실도 535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동종업계인 매일유업의 매출액은 1조4,630억 원으로 5.0% 상승, 서울우유도 1.7% 늘어난 1조7,548억 원을 기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