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의 명품 사랑...작년 매출 15조 돌파
[기획] 한국의 명품 사랑...작년 매출 15조 돌파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4.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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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명품 소비는 더욱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루이비통, 디올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LVMH는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급증한 139억6000만유로(약 18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매출이 86% 늘어났다. 미국 매출도 23% 증가했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 명품업계 관계자는 “매장 문이 열자마자 뛰어가서 물건을 사는 오픈런(Open Run)은 이제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1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명품 매출은 125억420만 달러(14조9960억원·작년 평균환율 기준)로 2019년(125억1730만 달러·15조120억원)과 비슷한 실적을 냈다. 지난해 전 세계 명품 시장 규모(2869억 달러)가 2019년(3544억 달러)보다 19%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0.1%의 매출 감소는 호실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약 15조원대 명품 시장을 이끄는 주요 브랜드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구찌, 크리스찬 디올, 프라다, 롤렉스, 불가리, 보테가베네타, 몽클레르, 생로랑, 발렌시아가, 페라가모, 토즈 등이다.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구찌를 제외하고 나머지 10개 브랜드 매출을 합하면 4조원가량 된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실적은 한국인의 명품 사랑을 수치로 확인시켜줬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1조468억원으로 매출 1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2019년(7846억원)보다 매출액은 33% 올랐고, 영업이익(1519억원)은 전년(548억원) 대비 무려 177%나 상승했다. 루이비통은 2010년 국내 매출이 4974억원이었는데 10년 만에 매출이 배 이상 뛰었다.

샤넬 매출은 92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491억으로 34% 증가했다. 1조원대 실적을 올리던 샤넬의 매출 감소는 매출이 81% 줄어든 면세사업부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마진이 많이 남는 국내사업부 매출이 26% 올랐고, 영업이익 증가로 반영됐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샤넬 전체 매출의 약 10%가 한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메스는 매출 4191억원, 영업이익 1334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16% 상승했다. 크리스찬 디올은 매출 3285억원(76% 상승) 영업이익 1047억원(137%), 프라다는 매출 2714억원(5%) 영업이익 174억원(45%)을 기록했다.

패션업계는 이들 명품 브랜드가 지난해 수차례 가격을 올려받았는데도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올릴수록 더 잘 팔린다는 게 이번 실적 공개로 확인이 됐다” 며 “수치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니 더 충격적”이라고 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3월과 5월 가격을 올렸고, 올해 2월에만 두 차례 인상했다. 샤넬은 지난해 5월과 11월 가격을 올렸다. 이달 중 또 가격을 올린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에르메스 역시 매년 가격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명품 브랜드는 2011년 이후 10년 동안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유한회사로 실적을 밝힐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자산과 매출이 500억원 이상이면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구찌는 구찌코리아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해 실적 공개를 피했다. 업계에서는 구찌 매출도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명품 시장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시장규모 1위 미국(652억3400만 달러·22.3% 감소)과 3위 일본, 4위 프랑스, 5위 영국, 6위 이탈리아는 모두 매출이 하락했다. 대부분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명품 브랜드 매출도 감소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명품 브랜드가 호황을 맞은 이유는 해외여행 수요가 명품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차단되자 여행 경비를 명품 구매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명품 구매에 적극적인 점도 명품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백화점마다 MZ세대를 겨냥한 20~30대 VIP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도 이들이 명품 소비의 ‘큰 손’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매출 실적을 살펴보면 30대 구매 비중은 39.8%, 20대는 10.9%로 20~30대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롯데백화점의 20~30대 매출 비중은 46%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명품 실적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는데, 현대백화점의 경우 20대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37.7% 증가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20~30대 소비자들은 명품을 사치품이 아닌 취향의 문제로 본다”며 “명품을 사용하다가 적절한 금액에 다시 팔면 실제 구매에 든 비용이 얼마 안 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앞으로 20~30대 명품 소비는 계속 증가할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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