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그 많던 '한식 뷔페' 다 어디로 갔나…'빅3' 매장 이제 8개만
[기획] 그 많던 '한식 뷔페' 다 어디로 갔나…'빅3' 매장 이제 8개만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1.05.02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식 뷔페 식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존폐의 기로에 섰다. 몇 년 전만 해도 주요 한식 뷔페 브랜드는 총 100개가 넘는 매장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빅3’ 업체를 모두 합쳐 매장이 8개만 남아 있다.

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한식 뷔페 매장은 이달 현재 이랜드이츠의 ‘자연별곡’이 5개로 가장 많고,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이 2개다. 신세계푸드의 ‘올반’은 1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 1~3위 업체의 매장이 2017년 말 기준 계절밥상 54개, 자연별곡 44개, 올반 15개 등 113개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3년여 만에 1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4위 업체 풀잎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풀잎채는 지난해 하반기 경영 위기로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한식 뷔페 영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풀잎채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은 없으며, 추후 개점 계획도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빅3’ 업체의 앞날도 여전히 어둡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식 뷔페 매장을 운영하는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 소비자들이 집밥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굳이 돈을 주고 한식뷔페를 찾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식 뷔페의 주 고객층이 주부인데 초·중·고교 등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들이 낮에 외식을 즐길 여력이 없어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외식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애매한 정체성, 공급 과잉 등도 한식 뷔페 식당의 쇠락 배경으로 꼽았다.

장수청 전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장(미국 퍼듀대 호텔관광대학 교수)은 “1만∼2만원대의 한식 뷔페가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치 않다” 며 “5000∼8000원짜리 실속형 뷔페도 아니고 10만원 전후의 고급 뷔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계절밥상이 나온 뒤 자연별곡이 등장하는 등 서로 비슷한 브랜드가 나와 유행을 탔다” 며 “코로나19 영향 이전에 그간 공급 과잉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식 뷔페 브랜드들은 남아 있는 매장을 고급형 프리미엄 매장으로 운영하는 한편 높은 인지도를 활용해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내놓으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CJ푸드빌은 부대찌개와 강된장 볶음 등 계절밥상 인기 메뉴를 간편식으로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역시 올반 브랜드를 이용해 국·탕·찌개 등 다양한 간편식을 팔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계속되면서 ‘대면 서비스’가 ‘비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이전되는 것 중 대표적인 사례가 뷔페” 라며 “불특정 다수와 섞이는 환경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앞으로도 힘들 것으로 보여 뷔페 산업 자체가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식에 대한 인식때문에 한식뷔페가 고급화 전략을 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급 호텔 내 뷔페에서도 한식을 잘 다루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여기에 최근 성장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워낙 한식을 잘 만들다보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