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에 종지부 찍은 남양유업, 소비자 신뢰 확보가 급선무다
오너 경영에 종지부 찍은 남양유업, 소비자 신뢰 확보가 급선무다
  • 더마켓
  • 승인 2021.05.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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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전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가가 모든 지분을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한 일은 식품업계에 큰 교훈을 남겼다. 시대 흐름과 무관하게 오너 중심의 폐쇄적 경영으로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면 기업 가치 추락은 물론 오너 경영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과 홍 회장의 아내인 이운경 씨, 장남 홍승의 씨 등이 보유한 주식 37만8938주(지분율 약 53.1%)를 국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약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남양유업은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1964년 설립한 회사로 분유사업과 우유업계에서 탄탄하게 입지를 다져왔다.

남양유업이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지난 2013년 대리점에 제품을 강매하는 ‘갑질’ 영업방식이 드러나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창업주의 외손주인 황하나 씨가 마약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논란이 된 것도 기업 이미지를 깎아내렸다. 결정적인 사건은 코로나 19 사태가 계속되는 와중에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검증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발표는 불가리스 사재기 해프닝을 일으켰다. 소비자들 사이에 코로나 불안감을 악용한 상술이라는 비난이 일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악화된 여론에 남양유업은 뒤늦게 이광범 대표가 사의를 밝히고 홍 전 회장이 눈물을 흘리며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반전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홍 전 회장은 전날 공시 이후 임직원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내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며 “기업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최대주주로서의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남양유업 매각 뉴스에 주가는 이날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그만큼 오너 리스크가 컸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창업한 지 57년여 동안 남양유업 주가는 최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오너 일가에 권한이 집중된 폐쇄적 경영 구조로 인해 소비자들이 기업 브랜드 이미지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던 탓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오너 지분 매각으로 불매운동까지 벌였던 소비자들 마음을 다시 살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 오너 일가가 오히려 매각으로 3000억원 대의 자산을 불리고 책임은 결국 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일종의 ‘먹튀’라는 지적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 구조조정 이슈도 나올 수밖에 없어 남양유업 내부에서도 무책임하다는 불만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 신뢰를 얻기는 힘들어도 허물어뜨리는 건 한 순간이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오너의 책임있는 경영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는 게 우선이다. SNS 시대에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제품을 홍보하고 나쁜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남양유업 창업가의 퇴진은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결국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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