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네이버·카카오페이 '소상공인 수수료' 카드사보다 최대 3배↑...왕창 떼갔다
[기획] 네이버·카카오페이 '소상공인 수수료' 카드사보다 최대 3배↑...왕창 떼갔다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1.09.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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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유모(53)씨는 매출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2만원짜리 케이크를 팔 때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가 160원(0.8%)인데, 카카오페이 결제는 440원(2.2%)이 수수료로 빠져나간 것이다. 유씨는 “코로나로 매출이 줄어 한 푼이 아쉬운 자영업자 입장에선 고객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수수료가 비싸더라도 카카오페이를 거절할 수는 없다”면서도 “임차료와 인건비, 재료비 등을 내고 나면 1만원어치 팔아봐야 1000원 정도 남는데 수수료로 200원 넘게 떼가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했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빅테크 기업의 결제 수수료가 신용카드사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말 카드사 우대 가맹점 기준인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는 0.8~1.6% 범위인 데 비해 빅테크 결제 수수료는 2.2~3.08%였다. 특히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수수료의 경우 신용카드는 0.8%, 네이버페이 결제 수수료는 최대 2.2%로 3배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수수료 산정 체계 등 빅테크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는 팬데믹 반사이익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으나 우리 사회 상생이나 고통 분담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빅테크 결제수수료 인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빅테크 “최소한의 운영 비용 더한 수수료”

빅테크 측은 결제 수수료에 신용카드 수수료, 최소한의 운영 비용 그리고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카카오페이 수수료 2.2% 가운데 0.8%는 카카오페이에 등록된 신용카드 수수료이고, 0.2%는 부가세라는 것이다. 이를 빼면 카카오페이가 받는 수수료는 1.2%가량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에는 서버 및 시스템 운영비처럼 간편 결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용 비용이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기본적인 결제 대행 서비스뿐만 아니라 주문 대행과 배송 추적, 판매 데이터 분석, 회원 관리, 리뷰, 포인트 적립, 고객센터 운영 등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도 포함돼 있어 수수료율이 높은 것”이라고 했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금융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카드사들은 금융 당국과 협의해 3년마다 한 번씩 수수료율을 조정하는데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고려해 그동안 계속 낮아졌다. 지난 2018년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 때문에 수수료가 낮아졌다. 올해 11월에도 수수료율 조정이 예정돼있는데, 코로나발 경기 침체를 감안해 수수료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정치권과 금융 당국 압력으로 수수료를 계속 낮추는데, 빅테크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다”며 “금융사와 빅테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것”이라고 했다.

◆빅테크 수수료는 ‘고무줄’

빅테크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지적에 대해 빅테크 기업들은 “실제 수수료율은 더 낮다”고 설명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경우,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 차액을 정산해주는 등 실제 부과되는 수수료율은 더 낮다”고 했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주문 관리나 포인트 적립 같은 부가 서비스 없이 단순 결제만 제공하는 결제형 가맹점의 경우 결제 수수료율이 1.1~2.5%로 신용카드사에 제공하는 수수료를 제외하면 실질 수수료는 0.2~0.3%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아 수수료율을 엄격하게 운영하는 카드사들과 달리 빅테크 기업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수수료율을 고무줄처럼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같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부과하지는 않더라도 빅테크 기업의 수수료 체계가 정당한지 금융 당국이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빅테크와 금융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 사례가 없는지 각 금융사의 의견을 파악해달라고 여신협회를 비롯한 업권별 협회에 요청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등은 신용카드사 같은 여신금융업자가 아니라 전자금융업자여서 금융 당국이 관할하는 수수료율 규제의 틀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빅테크는 알아서 정하는데…”

카드업계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은 빅테크의 ‘규제 차익’ 문제가 수면 위로 급격히 떠오르면서다.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빅테크는 카드사와 마찬가지로 가맹업주에게 수수료를 받지만, 수수료율은 회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3년마다 ‘점검’을 받아야 하는 카드사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게 카드업계 주장이다.

실제 수수료율에도 차이가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네이버·카카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페이는 가맹점 결제액의 1.1~2.5%를, 카카오페이는 0.96~2.24%를 받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수수료율을 영업 초기보다 낮췄으나 카드사의 올해 수수료율(0.8~2.06%)에 비해서는 높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빅테크는 마케팅 제한, 약관 사전 신고 등 의무에서도 자유로운데 수수료까지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다”며 “카드 영업에도 ‘동일 행위, 동일 규제’(업종이 다르더라도 같은 영업 행위에는 같은 규제를 해야 한다는 국제결제은행의 대원칙)가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자료를 추가로 받고,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수수료율 인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조만간 나오는 카드업계 전체의 상반기 실적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빅테크와 금융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 사례가 없는지 각 금융사 의견을 파악해달라고 최근 여신협회를 비롯한 업권별 협회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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