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쇼핑하러 와서 작품 산다…백화점, 잇단 미술품 판매 사업
[기획] 쇼핑하러 와서 작품 산다…백화점, 잇단 미술품 판매 사업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9.2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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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술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백화점들도 잇따라 미술품 판매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전에도 백화점들은 자체 갤러리를 운영하며 미술품 전시를 해왔으나 전시를 넘어 판매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아트비즈니스실'을 신설하고 실장(상무)에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를 영입했다. 김 실장은 프랑스계 글로벌 화랑인 오페라갤러리의 서울 디렉터를 거쳐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해 왔다. 미술계 현장 전문가가 대기업 임원급으로 채용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실장은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 인천터미널점 등에 업계에서 가장 많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고객들의 문화소비 욕구와 수준이 상당이 높아 그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경험과 감동, 대중적 확산성을 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은 또 기존 전시 중심이었던 갤러리를 전시는 물론 상시 판매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판매전인 '아트 롯데'를 연 2회 정례화했다. 백화점 앱에도 온라인 갤러리관을 마련해 미술 작품을 주제·금액대별로 상담·판매한다. 현재 판매 중인 작품의 가격은 15만원대에서 5000만원까지 다양하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개점한 동탄점 1층에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작품을, 프리미엄아웃렛 아트빌라스에는 구정아의 스케이트 파크 설치 연작인 'NEGAMO'를 각각 설치하는 등 고객들이 미술작품을 '경험'하도록 하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문턱이 높은 미술품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을 중심으로 미술품 전시와 판매를 시작했다. 별도의 상설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팝업 매장 형태로 여러 갤러리의 작품을 한데모아 소개하는 '미술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4∼12일에는 서울 강남구청과 손잡고 명품관 웨스트 3층에서 강남구의 갤러리 4곳에서 들여온 국내외 작가 80여개 작품을 전시·판매했다.

또한 가나아트와 손잡고 비대면으로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온라인 뷰잉룸'(OVR)서비스를 명품관 VIP 고객 대상으로 제공하고, VIP 고객 집을 방문해 집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미술품을 제안하는 '홈 아트워크 컨설팅'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미술품 판매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백화점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미 지난해 8월 강남점을 재단장(리뉴얼)하면서 3층에 회화부터 오브제까지 미술 작품 120여점을 상설 전시하고 판매하는 '아트스페이스' 공간을열었다. 가격대는 수백만원부터 수억원대까지로, 개장 이후 올해 6월까지 300점 이상 판매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작품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서 “주로 40∼60대 고객이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3월 미술품의 전시·판매·중개·임대업 및 관련 컨설팅업을 정관의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 경기도 판교점에 이어, 킨텍스점에서도 국내·외 유명 예술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백화점 속 미술관'을 연다. 다음달 4일까지 킨텍스점에서 국내·외 유명 작가 30여명의 작품 120여 점을 전시·판매하는 '더아트에이치(The Art H)'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 기간 킨텍스점 9층 문화홀과 갤러리H를 비롯해 10층 하늘정원 등 점내 곳곳에 국내·외 작가 30여 명의 예술 작품 12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9층 문화홀과 갤러리H에서는 영국 유명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 국내 현대미술가 '이우환'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또한 10층 하늘정원과 2·3층 에스컬레이터 옆 공간에는 '오동훈', '오원영' 등 국내·외 작가들의 조각 전시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이같은 백화점들의 미술품 판매는 VIP 마케팅의 일환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우선 고가의 미술품에 관심이 많은 'VVIP 고객' 유치에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국내 수집가들의 해외 시장 접근이 제한된 데다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미술품 시장으로 유입되며 관련 시장이 활황을 맞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금 문제에서 자유로워 최근 '대체투자' 수단으로 미술품이 각광받으면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백화점들이 VVIP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로 '아트 마케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이건희 컬렉션' 공개 후 더 확대됐다” 면서 “백화점 업계가 '젊은 VIP' 모시기 경쟁에 들어간 가운데, 미술품 판매 역시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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