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밀크 인플레이션' 근본 대책 세워야
고질적인 '밀크 인플레이션' 근본 대책 세워야
  • 더마켓
  • 승인 2021.09.2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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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우유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이 인상된 데 이어 우유 가격이 내달 1일부터 오른다. 우유 가격 인상은 빵, 과자, 아이스크림, 분유 등 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밀크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예견된 결과다. 정부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뒤늦게 원유 인상안 조정에 나섰지만 낙농진흥회측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내달 1일부터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5.4% 인상한다. 2018년 이후 3년만이다. 물류비용, 생산비용이 꾸준히 증가한데다 지난달 원유 가격이 21원 인상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우유업계 1위 서울우유가 먼저 인상 깃발을 든 만큼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등 다른 우유업체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우유를 원료로 쓰는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다른 식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우유는 물론 이들 관련 제품은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생필품이어서 물가 인상 체감 효과도 크다. 정부가 낙농진흥회 측에 원유 가격 인상을 재고해줄 것을 강하게 압박한 이유다. 하지만 업계는 시장 수급 상황과 무관하게 원유 가격을 조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를 손질하지 않는 한 ‘밀크 인플레이션’은 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대외 변수와 무관하게 우유 생산비만 고려해 원유가격을 조정하는 제도로 낙농업계 수급 안정 차원에서 2013년 도입됐다.

국내 25개 우유 회사는 시장 여건과 무관하게 할당된 원유를 정해진 가격에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이후 원유가격은 2013년, 2018년, 2021년 세 차례 인상됐다.

문제는 저출산 추세에 코로나 19 사태가 겹치면서 우유 시장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식 우유 시장은 반토막 났고 우유 소비량은 매년 줄고 있다.

낙농진흥회의 우유 유통소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았다. 프리미엄급 수입 분유 등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도 국내 우유업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원유가격 협상이 논란을 겪을 때마다 원유가격연동제 개선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낙농업계 반발과 정부의 무관심에 무위에 그쳤다. 낙농업계 집단 이익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원유 인상은 우유 관련 제품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유 업계가 원유가격연동제 개선에 총대를 메지 않는 것도 소비자에 대한 책임 전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서민 가계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낙농업계와 우유업계의 고통 분담 노력이 아쉽다. 정부가 낙농업계 관계자들을 비공개로 만나 가격 동결을 요청했다고 하나 이미 원유가격 인상이 지난해 결정됐다는 점에서 뒷북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낙농업계의 원유 가격 인상 강행에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현행 가격 결정 방식을 어떤 식으로든 바꾸겠다고 맞섰다.

달걀, 야채 등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원자재값 상승이 가공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유값 인상은 소비자들에 적잖은 부담이다. 8년만에 전기 요금마저 올라 공공기관 요금의 도미노 인상도 우려된다.

정부의 원유가격연동제 개선 방침이 일시적인 으름장으로 그쳐선 안될 것이다. 차제에 출산율 감소 등 시장 여건이 반영된 제도 개선으로 낙농업계, 우유업계가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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