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기업 '죽음의 계곡' 넘기, 국내자본이 도와주길"
[기획]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기업 '죽음의 계곡' 넘기, 국내자본이 도와주길"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1.09.30 1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30일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이 2∼3년차 '죽음의 계곡'을 넘는 데 국내 자본이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KDB산업은행의 신생기업 투자 연결장 '넥스트 라운드' 500회 기념행사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유통 스타트업이 의미 있는 성장(스케일업)을 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통기업에 선제 투자를 하면 훨씬 더 많은 과실이 생태계 전반에 뿌려질 수 있는데 그 죽음의 계곡을 넘어가지 못해 엎어지는 회사가 정말 많다” 며 “유통업자가 무너지면 많은 고용이 창출될 수 있는 기회가 물거품이 돼버린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마켓컬리의 시리즈 C·D(후속) 투자에서 가장 큰 규모로 투자해준 곳은 국외 자본이었다는 점” 이라며 “유통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신생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했을 때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어마어마한데 국내 자본이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켓컬리가 2018∼2019년 매월 20%씩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단계에서 산업은행이 공급사 전자외상매출담보대출과 시설담보자금대출 직접투자를 제공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현재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고 여러 자본 유치를 고민하고 있는데, 마켓컬리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와 기술이 마켓컬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통 생태계 전반에 가야 한다 생각한다” 며 “데이터와 기술을 확보할 수 없는 중소 영세 생산자에게 이를 지속 제공해 4차 산업혁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IPO를 염두에 뒀을 때 한국과 같은 새벽 배송이 미국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 “새벽에 물류를 한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품에 가장 맞는 형태의 물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신선식품이 산지에서 식탁까지 오는 시간을 24시간으로 줄이려면 밤에 물류를 해야만 했던 것이고, 인구 밀집도가 높아서 새벽 배송만으로 물류를 할 수 있던 것” 이라며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 거기에 적합한 물류 형태를 찾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가 '프리미엄 식료품' 유통 플랫폼, 또는 '밤에 주문하면 아침에 가져다주는 기업'이 아니라 "어떤 물건이 어떻게 흘러야 가장 좋은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가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특정 상품 주문이 하루에 얼마나 들어올지 예측하고, 농산품 등 상품 생산자에 직접 연락해 필요한 만큼을 발주하고 100% 직매입함으로써 이전에 생산자가 져야 했던 재고 부담과 유통과정 품질 손실 부담을 눈에 띄게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산자에게는 '이렇게 생산하시면 저희가 다 매입하겠습니다' 하고 남은 부분은 마켓컬리가 폐기하기에 더 품질에 집중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는 좋아하는 상품을 지속해서 공급하기에 더 많이 구매하게 된다”며 이 영향으로 주문 1건당 평균 금액이 2017년 4만8000원에서 올해(예상치) 5만7000원으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켓컬리가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여전히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 증시 입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관련 부서 담당자는 마켓컬리 관계자와 만나 국내 증시 상장에 앞서 경영 안전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작년 말 기준 김슬아 대표의 보유 지분 비율이 6.67%에 불과한 탓이다. 이에 더해 마켓컬리는 지난 9일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를 유치해 김 대표의 지분율은 6% 수준으로 낮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통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게 되면 지분율은 더 희석된다.

창업자의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6% 내외인 데 반해 중국계와 러시아계 벤처캐피탈 3곳이 작년 말 기준 각각 10%대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국내 자본은 SK네트웍스,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드, CJ대한통운 등이 참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마켓컬리에 투자한 투자사들이 대부분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고 있기에 김 대표가 경영권을 빼앗길 우려가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마켓컬리 관계자도 “현재 이사회가 대표의 경영능력을 신임하고 있으며, 공동경영 약정과 같은 제도도 있어 이를 활용하면 경영권에 대한 우려는 매우 적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