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디올에 이어 루이비통도…하룻밤에 100만원씩 기습 인상
[기획] 디올에 이어 루이비통도…하룻밤에 100만원씩 기습 인상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2.02.17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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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패션업체 루이비통은 16일부터 주요 가방 제품의 가격을 8~26% 인상했다. 이로써 프리미엄 라인인 카퓌신의 MM사이즈는 753만원이었던 것이 922만원으로 22.4% 올랐다. 하룻밤 만에 169만원이 오르면서 1000만원을 육박하게 된 것이다. 샤넬·디올·버버리를 비롯한 글로벌 명품 업체들이 연초부터 주요 제품의 가격을 두 자릿수 이상 기습적으로 올리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 보복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명품 수요가 늘어나자, 고가(高價)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리셀(재판매) 시장에서 이 명품 업체들의 제품 가격은 점점 내려가고 있다. 명품을 되파는 리셀러들이 급증하면서 명품의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고 나니 1000만원 육박, 또 기습 인상

루이비통이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은 작년 10월 이후 5개월 만이다. 루이비통은 이미 작년에도 다섯 차례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국내에서 3초에 한 번꼴로 보인다는 의미로 과거에 ‘3초백’으로 불렸던 네버풀 MM은 209만원에서 252만원으로 20.6% 뛰었다. 네버풀 MM은 작년 10월에도 189만원에서 209만원으로 올랐다. 5개월 만에 33%가 뛰어오른 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제조 및 운송 비용 증가,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해 전 세계 매장에서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0월 이후 5개월만에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루이비통은 작년에만 다섯 차례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외신들은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이번 실적 발표 당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합리성을 유지한 선에서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충분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주요 브랜드 가격을 앞으로도 계속 올리겠다는 선언이다. LVMH의 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와 휴블로가 곧 가격을 5~6%, 3~4%씩 정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디올도 이에 지난 달 레이디백을 비롯한 일부 제품의 가격을 20% 가량 올렸으나, 올해 3월~4월 중에 또다시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글로벌 명품 업체들은 계속해서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지난 1월 롤렉스·샤넬·디올이 갑자기 가격을 10~22%씩 올렸고, 2월엔 프라다도 가격을 최대 11% 올렸다. 업계에선 대표 명품 브랜드인 소위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이 서로 1000만원대를 향해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쓰면서 경쟁적으로 가격 인상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업체들이 글로벌 물류비·인건비를 상승 요인으로 꼽고 있지만, 실제 가격 인상 폭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세가 꺾이고 해외여행길이 열리면서 명품 수요가 줄어들어 다시 매출이 감소할 때를 대비해 업체들이 미리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격 인상이 명품 업체 실적 개선에 일등 공신이라는 분석도 있다. 루이비통·디올·셀린느·펜디 등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작년 실적은 매출 642억유로(약 86조원), 순이익 120억유로(약 16조원)를 기록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실적을 뛰어넘었는데, 작년에만 몇 차례 단행된 가격 인상이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 때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을 인상할 여지가 아직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픈 런’ 피로에 리셀 가격은 뚝 ↓

재판매를 위해 명품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리셀 시장에선 명품 가격이 점차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16일 한정판 상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인 ‘크림’에서 판매되는 샤넬 클래식 미디엄백 가격은 1139만원. 지난 1월 6일에 140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한 달 만에 18.64% 떨어졌다. 루이비통의 인기 제품인 멀티 포쉐트 악세수아 모노그램 제품도 16일 리셀 플랫폼에선 300만원 초반대에 팔리고 있다. 1월 초 350만원 가량에 팔리던 것이 11~15%까지 내려갔다.

리셀 시장은 그동안 명품 수요를 폭증시킨 장본인으로 꼽혀왔다. 물건을 사서 몇 년 사용하고 되팔아도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웃돈을 붙여 받을 수 있게 되자 리셀러들이 몰려들었고, 이에 새벽부터 매장 앞에 진을 치고 줄을 서는 ‘오픈 런’ 현상까지 빚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리셀러들이 제공하는 물량이 급증하면서 특정 품목에 있어서는 공급 초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리셀업체 대표는 “작년부터 샤넬·루이비통 같은 제품은 리셀 시장에서 정가보다 무조건 비싸게 팔리는 흥행 보증 수표처럼 여겨졌으나, 최근엔 정가보다 낮게 팔리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면서 “명품에 쏠린 이상 과열이 이젠 오히려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뭘까. 리셀 시장에서 샤넬 제품 물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오픈런이 빈번해지면서 일반 고객보다는 리셀러(재판매업자)들이 물건을 사들이는 비중이 커졌다. 자연히 리셀 시장에 물건이 많이 풀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백화점 샤넬 매장에선 일반 소비자들이 운좋게 제품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구매자는 리셀업자들”이라며 “아침 일찍 줄을 서서 경쟁해 가방을 구매해야 하는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업자들이 아니고서야 구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리셀업자는 “한 두 달 전만 해도 샤넬 가방을 구입해 온라인 중고 플랫폼 등에 매물을 올리면 글이 게시되자마자 구매를 희망하는 이가 몇 명씩 붙었는데 최근엔 며칠씩 지나도 구매자가 없다”며 “리셀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클래식 미디움백마저 정가 이하로 리셀가가 내려 갔다. 물량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리셀업자들은 상당히 손해를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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