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백화점에 걸린 명화, 걸기만 하면 팔립니다
[기획] 백화점에 걸린 명화, 걸기만 하면 팔립니다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2.03.24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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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화점 업계가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미술품 경매와 음원 듣기 등 문화 콘텐츠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단순 쇼핑 채널에서 벗어나 생활 밀착형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MZ세대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가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예술 분야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8일 모바일 앱에 디지털 아트 갤러리를 열고 업계 최초로 미술품 모바일 경매에 나섰다. 신세계가 처음 준비한 전시는 ‘제로베이스: 디에딧(Zerobase: The Edit)’으로 작품 전시나 판매가 아직 많지 않은 신진 작가들을 위한 장이다. 고객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고, 작가들에게는 판로 기회를 제공한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서비스 시작 후 첫 4일 동안 3만 명이 이용했고 경매 참가 건수만 1800여 회에 이른다.

이성환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신세계백화점이 유통업계 최초로 해외 패션쇼를 라이브로 중계하고 디지털 갤러리를 선보이는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며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변화시킬 디지털 신세계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8월 지니뮤직과 협업해 ‘지니뮤직 라운지’를 열고 언택트 콘서트 등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9월 진행한 ‘언택트 재즈 라이브 콘서트’에는 고객 3만 명이 참여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각각 헬스케어 콘텐츠와 예술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H포인트 앱’은 1월 소리 기반 헬스케어 콘텐츠인 ‘사운드핏’을 내놓았다. 음성으로 운동법과 스트레칭 요령 등을 듣고 따라 할 수 있다. H포인트 앱에서는 만보기 기능(포인트 워크)과 ASMR 등을 청취할 수 있는 ‘소리여행’ 콘텐츠도 제공한다.  H포인트는 현대백화점그룹 전 계열사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금액의 일부를 포인트로 적립받고 적립된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900만여 명의 회원이 이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모바일 앱 개편은 고객 편의성 개선과 동시에 고객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 이라며 “앞으로도 고객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본점, 잠실점, 동탄점을 포함한 6개 점포에서 미술품 판매를 하고 있다. 30만원 신진 작가 작품부터 수억원대 유명 작가 작품도 있다. 작년에는 모바일 앱에도 온라인 갤러리관을 열었다. 작년 한 해 온·오프라인을 합쳐 1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중 200여 점이 판매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미술품을 찾는 고객이 점점 많아져 작년 4분기 미술품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작년 9월 미술품 사업을 총괄하는 ‘아트비즈니스실’을 만들고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를 실장으로 영입했다. 연말엔 국제갤러리 디렉터 출신 전문가를 포함, 큐레이터 인원을 대폭 보강했다.

백화점 업계가 앱을 통해 문화콘텐츠 서비스에 주력하는 것은 백화점을 복합문화 공간으로 진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백화점들은 평당 매출에 사활을 걸던 기존의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쇼핑을 하지 않아도 휴일에 놀러올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서울 등에는 상품 판매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전시·체험 공간이 많다”며 “앞으로 백화점들은 물건 사러 오는 곳이 아닌, 놀러 오는 곳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을 모바일 앱으로 유입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구매 고객으로 전환시키려는 마케팅의 일환이기도 하다. 문화콘텐츠 서비스가 당장은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지만, 브랜드를 친숙하게 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고객 확대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문화콘텐츠 서비스의 모객 효과는 대단하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앱 이용자 수는 분기마다 30% 이상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4월과 8월 각각 신백서재와 지니뮤직라운지 등 신규 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앱 이용자 수가 크게 늘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백화점들은 매출보다 시간 점유율을 늘려 브랜드 충성도를 제고하는 경험지향적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앱 등 온라인 전략 역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총체적 경험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림 판매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SSG닷컴은 최근 그림 대여 전문 업체 오픈갤러리와 손잡고 구독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정액을 내면 3개월마다 원하는 작품으로 교체해준다. 오픈갤러리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 이용자의 70% 정도가 30·40세대”라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도 보편화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5일 모바일 앱에 ‘방구석 컬처관’이라는 미술품 전문관을 열었고, 오는 8일엔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도 작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MZ세대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팝아트 작가 필독을 내세웠다. 재작년 10월 미술품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작년 4분기 기준 미술품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넘게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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