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막걸리·와인·화장품'에도 비건 바람...주류도 채식 바람
[기획] '막걸리·와인·화장품'에도 비건 바람...주류도 채식 바람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2.04.17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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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가 비건(vegan·채식)에 주목하고 있다. 100% 식물성 원·부재료만 사용한 ‘비건 막걸리’와 ‘비건 와인’ 등이 국내에 처음 선보여지는 등 ‘비건 바람’이 일반 식품뿐 아니라 주류 영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에서 채식을 실천하는 비건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최근 250만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비건 시장이 매년 평균 9.6%씩 성장해 오는 2025년 240억6000만달러(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젊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미닝아웃’(Meaning Out·소비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하는 것)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비건이 함께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비건은 반찬류와 식단 등 일반 식품·외식업계에서 ‘건강한 먹거리’라는 콘셉트로 먼저 도입해 관련 연구와 제품 출시가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성인들의 기호 음료 영역인 주류업계에서도 비건 영역에 진출하는 분위기다. 길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홈술(집에서 음주)과 혼술(혼자 술마시기) 문화 발달와 함께 가정용 주류 시장이 커진데다 한잔을 마시더라도 자신의 취향 혹은 가치관과 어울리는 주류를 폭넓게 선택하는 경향이 늘면서다.

◆주류업계에 비건 바람 분다

경기 양평에 양조장을 둔 전통주 업체 지평주조는 이날 국내 최초로 ‘비건 막걸리’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지평주조가 판매하는 ‘지평 생 쌀막걸리’, ‘지평 생 옛막걸리’, ‘지평 일구이오’, ‘지평 이랑이랑’ 등 전 제품 4종에 대해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으면서다.

식품·화장품의 비건 인증과 보증을 담당하는 국내 공식 기관인 한국비건인증원은 제조·가공·조리 단계에서 동물 유래 원재료 포함 혹은 동물실험 여부 등을 엄격하게 심사 과정해 100% 식물성 원료만 사용한 제품에 비건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인증으로 지평주조가 판매하는 전 제품 패키지에 한국비건인증원 비건 인증 마크가 부착될 예정이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 비건 인증을 획득한 막걸리(탁주)가 없어 비건 인구에게 제한적인 경향이 있었다”며 “모든 소비자들이 우리술 막걸리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국내 최초 막걸리에 대한 비건 인증을 진행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구를 살리는 가치소비와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막걸리뿐 아니라 ‘비건 와인’도 최근 국내에 소개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주류수입유통사 신세계L&B(신세계엘앤비)는 와인 브랜드 ‘G7(지세븐)’을 비건 와인으로 리뉴얼해 이달 초 새롭게 선보였다. 현재 출시한 G7 비건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3종이다. 올 7~8월에 ‘소비뇽 블랑’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비건 와인은 주조할 때 필터링이나 정제(청징·Fining) 작업 단계에서 청징제로 달걀 흰자, 우유 단백질 카제인, 동물 콜라겐에서 얻은 젤라틴, 물고기 부레에서 만든 부레풀 등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다. 와인 라벨에 비건 인증 마크가 부착돼 있어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G7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까다로운 유럽 비건 인증 ‘V-LABEL’을 획득했다. 해당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와인의 모든 생산 과정에서 동물성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Non-GMO)이여야 한다. G7은 신세계엘앤비가 지난 2009년 론칭한 칠레산 와인 브랜드로 출시 5년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병을 돌파하는 등 편의점과 마트에서 대중적 데일리 와인으로 수요가 많은 제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경과 건강을 생각해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흐름에 따라 식품·유통업계 전반으로 비건 제품들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개개인의 소비 취향이 분명한 기호식품 영역과 잘 어울리면서 주류시장에서도 ‘비건 술’ 출시가 시작되는 등 ‘비건 바람’이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화장품도 비건 시대

패션·뷰티, 식음료 등 산업 전반에서 비건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추세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비건 브랜드 ‘롱테이크’를 출시했다. 톱밥을 재가공하고 편백잎과 검정콩, 장미꽃 추출물 등 식물 유래 성분을 사용한 헤어 제품이다.

하반기에는 스킨케어 제품도 선보인다. 비건 브랜드인 ‘이너프 프로젝트’를 비롯해 일리윤, 마몽드, 한율 등의 스킨케어 제품도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LG생활건강도 지난달 한국비건인증원에서 인증을 받은 ‘비욘드 엔젤 아쿠아’ 스킨케어를 출시했다. 기존 제품에서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고, 울릉도 농장에서 기른 전호(미나리과 풀) 추출물과 나무 수액 등을 사용했다.

문제는 현재 국내 화장품법상 ‘비건 화장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제조업체마다 다양한 ‘식물유래성분’을 사용하지만, 법으로 인정하는 비건 화장품의 필수 원재료나 정확한 명칭, 수치와 관련한 기준은 전무하다.

효과에 대한 평가도 모호하다. 시중에 비건 화장품들은 ‘저자극’ ‘피부 보호’ 효과를 내걸고 있다. 반면 보습 효과가 입증된 글리세린, 콜라겐 등은 대체로 동물성 지방을 함유한 원료들이다. 양털에서 추출한 라놀린 오일과 상어 간유에서 추출한 스쿠알렌은 립밤과 보습 크림 등에 주로 쓰인다.

꿀벌이 만든 벌집 밀랍에서 추출한 비즈 왁스, 피부 노화를 막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프로폴리스 역시 동물유래성분이다. 화장품의 기능을 고려하면, 동물성 원료를 무조건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인증에 드는 비용이나 갱신 시기도 기관마다 다르다. 일부 기관은 화장품 기업 매출에 따라 인증 비용을 책정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비용을 다시 내고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한다. 이 비용은 약 45만~420만 원까지 제각각이다.

대다수는 생산 공장에 대한 실사 대신 서류 심사로 끝난다. 매번 서류 심사에 들이는 비용과 ‘비건 인증 마케팅’ 비용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가 비건 인증을 위탁하는 심사 기관은 국내외로 나뉜다. 이브 비건(프랑스), 비건 소사이어티(영국), 브이라벨(이탈리아)이 대표적인 유럽 인증 기관이다.

국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 인증 기관으로 선정한 한국비건인증원이 있다. 공통적으로 동물실험 진행 여부과 동물유래성분 미포함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해외 기관들은 국내 대행사를 거쳐 심사 작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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