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슈퍼에서 전세 대출 받아요" 은행·유통 특화 점포 실험 잰걸음
[기획] "슈퍼에서 전세 대출 받아요" 은행·유통 특화 점포 실험 잰걸음
  • 김기환 기자
  • 승인 2022.04.17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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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과 유통업계의 ‘금융특화 혁신점포’ 실험이 잇따르고 있다. 은행은 영업점 통폐합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줄이고 유통업계는 집객 효과를 누리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또 소비자는 퇴근 후에도 전세대출 같은 은행 업무를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 해결할 수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과 신한은행은 업계 최초로 ‘슈퍼마켓’에 은행 창구 역할을 하는 혁신점포를 연다. GS리테일은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상권 중심에 있는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을 신한은행과 협업해 ‘디지털혁신점포(슈퍼) 2호점’으로 재단장했다. 앞서 GS리테일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정선에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편의점’ GS25혁신점포 1호점을 열었다.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에는 디지털데스크와 스마트키오스크가 설치됐다. 이용자는 디지털데스크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은행 직원과 화상상담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전 등을 제외한 대출과 펀드, 신탁 등 은행 창구 업무의 80% 이상을 처리할 수 있다. 키오스크는 은행 방문이 필요한 체크·보안·OTP카드 재발급 등의 업무를 365일, 24시간 제공한다. 화상상담도 가능하다. 슈퍼마켓이 문을 닫아도 은행업무 공간은 열려 있다.

점포 운영 초기에는 전담직원이 상주해 서비스 이용을 돕는다. 천인호 GS더프레시 영업부문장은 “점포 반경 500m에 은행이 없어 장보기와 은행업무가 결합된 쇼핑 공간을 제공하며 생활 서비스 플랫폼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올해 상반기 중 DGB대구은행과 특화 점포를 연다. 세븐일레븐 매장에 대구은행 금융자동화기기(ATM)를 도입해 대구은행 이용자에게 수수료 없이 편의점 ATM 입·출금과 이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구은행에서는 세븐일레븐 경영주를 위해 금융, 재무 등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한다. 손승현 세븐일레븐 금융서비스부문장은 “대구은행과의 협력 사례를 토대로 향후 지역 기반 주요 은행과의 금융서비스 제휴 모델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노브랜드)는 KB국민은행과 이달 중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에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을 개설한다. 이 디지털 지점은 서울 고속터미널역 내 이마트 노브랜드(NB) 강남터미널점(잡화점)에 들어서는데,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이용자는 디지털 지점에서 지능형 자동화기기 스마트텔러머신(STM), 화상상담 전용창구 등을 통해 은행 영업점 창구 수준의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게 KB국민은행의 설명이다.

STM에서 가능한 대표 업무는 △현금 및 수표 입출금 △체크카드 발급 △보안카드 발급 등이다. 화상상담 전용창구에서는 입출금 통장 개설, 신규 적금·예금 가입, 인터넷 뱅킹 신규 개설·해지 등을 전문 상담직원과의 화상상담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하나은행과 서울 송파구에 ‘CU마천파크×하나은행점’을 열고 50가지 은행업무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094개로 전년 말(6405개) 대비 311개 줄었다. 모바일 거래 등으로 영업점 통폐합이 불가피한 은행엔 유통업계와 협업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유통업계 매장을 활용해 외연을 확대하고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채널을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만드는 데 금융 서비스가 적절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과 유통업계, 양측의 데이터를 활용한 공동 마케팅도 가능하다.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금융 소외계층 문제를 덜고 고객 외연을 넓히기 위한 시도”라며 “모바일 뱅킹이 주류가 됐지만 대출 등은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아 혁신점포를 통해 모바일 거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미래형 점포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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