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오이 6개 만원"… 치솟는 먹거리 물가에 서민들 '한숨'
[기획] "오이 6개 만원"… 치솟는 먹거리 물가에 서민들 '한숨'
  • 이진숙 기자
  • 승인 2023.01.3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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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는 주말을 앞두고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50대 주부 A씨는 3개에 4990원 하는 다다기오이 한 봉지를 장바구니에 넣고 하나를 더 살까 말까 망설였다. A씨는 “오이 6개가 만원이면 물가가 오르긴 많이 올랐죠. 이 돈이면 더 보태서 고기를 살까 하다가도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서…”라며 오이를 집어 들었다.

지난해 많이 오른 식품류 가격이 새해에도 계속 인상될 전망이다. 식품업체들은 재료 가격이 올랐을뿐 아니라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 경비도 상승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이달 1일부터 코카콜라 350㎖ 캔 제품의 편의점 가격을 1900원에서 2000원으로 5.3% 올렸고 몬스터 에너지(355㎖ 캔) 가격도 2200원에서 2300원으로 4.5%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펩시콜라의 355㎖ 캔 제품 가격을 1700원에서 1900원으로 11.8% 올렸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업체들의 가격 인상 계획 발표는 줄을 이었다. 25일 제주도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 출고가를 내달부터 평균 9.8% 올린다고 했고, 웅진식품도 음료 20여 종의 가격을 다음 달부터 평균 7% 인상한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2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빙그레의 대표 아이스크림인 메로나 가격은 일반 소매점 기준으로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른다. 메로나 가격은 지난해 2월까지는 800원이었는데 오는 2월에는 1200원이 되기 때문에 1년 새 1.5배 오르는 셈이다.

롯데제과도 빙과류와 제과류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다음 달 1일부터 순차적으로 인상한다고 27일 밝혔다. 빙과류 중에서는 소매점 가격 기준으로 스크류바·죠스바가 500원에서 600원으로 인상되고, 월드콘·찰떡아이스·설레임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른다. 제과류 중 마가렛트는 3000원에서 3300원으로 오르고 초코빼빼로와 꼬깔콘은 각각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인상된다. 같은 날 해태제과 역시 합작사에서 생산하는 포키·구운양파·자가비 등 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4.8% 인상해, 다음달 16일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한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빵과 시리얼 가격도 오른다. 파리바게뜨는 다음 달 2일부터 95개 품목 가격을 평균 6.6% 올린다. 이에 따라 후레쉬식빵(대)은 3200원에서 3300원이 된다. 농심켈로그는 콘푸로스트, 첵스초코 등 시리얼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린다.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롯데리아가 다음 달 2일부터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5.1%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의 단품 가격은 4500원에서 4700원으로 오른다.

올 상반기 내에 주류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반출·수입 신고하는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세금을 각각 ℓ당 30.5원(885.7원), 1.5원(44.4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는데, 주류업체들은 통상 정부의 주세 인상 직후 가격을 올린다. 앞서 하이네켄코리아의 경우 유럽에서 생산하는 업장용 일부 제품의 가격을 다음 달 10일 출고분부터 평균 9.5% 올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각종 제반 비용이 모두 올랐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이 같은 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난방비 폭탄’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가운데 올해 전국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까지 줄줄이 올랐거나 인상을 앞두고 있다. 교통비는 지난해에도 고(高)유가로 10% 가까이 상승했는데, 올해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으로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 대중교통 일반요금은 카드 기준으로 시내버스 1200원, 지하철 1250원이다. 인상이 확정되면 4월부터는 버스 1500~1600원, 지하철 1550~1650원으로 오르게 된다. 택시는 다음 달 1일 오전 4시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된다. 기본거리도 현재의 2㎞에서 1.6㎞로 줄어든다. 모범·대형택시는 3㎞당 요금이 6500원에서 7000원으로 오른다.

일각에선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물가를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가을 먹거리 가격이 뛰자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 가격을 예의주시하며 매일 모니터링하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언급이나 조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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