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업계 1위 롯데칠성의 '물량 밀어내기'
음료업계 1위 롯데칠성의 '물량 밀어내기'
  • 더마켓
  • 승인 2019.05.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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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는 롯데칠성음료의 탄산음료인 ‘맥키스’와 ‘팹시콜라’가 한묶음으로 팔리고 있었다. 사실상 50 할인이다. 국내 캔커피 1위 브랜드인 ‘칸타타’는 두 개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2+1’ 행사가 한창이다. 반면에 대표 제품인 ‘칠성사이다’와 캔커피 ‘레쯔비’는 할인행사를 하지 않았다. 비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할인행사를 통해 ‘물량 밀어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기업이 제품 홍보를 위해 각종 할인 행사를 기획하는 건 마케팅의 기본 전략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물건을 싸게 파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다. 업계 반응은 다르다. 롯데와 같은 국내 1위 유통 그룹이 자사 계열사를 통해 연중으로 할인 행사를 하면서 물량 공세를 펴면 중견·중소기업 제품들은 시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유통 시장의 가격 경쟁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이다.

할인 행사는 흔히 ‘양날의 칼’로 불린다. 매출은 커지는 대신 영업이익은 줄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최근 5년간 매출을 보자. 2014년 2조836억원, 2015년 2조1948억원, 2016년 2조2642억원, 2017년 2조2792억원, 2018년 2조3232억원 등 매년 상승 추세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6년 1461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2017년에는 745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875억원)에는 다소 호전됐으나 매출 규모에 비해 좋은 실적은 아니다.

음료업계 2위인 코카-콜라사와는 대조적이다. 코카-콜라사에 따르면 2017년, 2018년은 전년대비 매출은 각각 2.6, 5.6, 영업이익은 각각 5.6, 7.1 올랐다.

롯데칠성음료가 매출은 늘어나는데 수익은 악화하는 기형적 구조가 된 데는 롯데그룹의 경영 방침 때문이다. 올 들어 신동빈 회장과 이원준 유통BU장 등은 계열사들에 강한 실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들이 매출에만 올인하는 이유다.

 2017년 2월 그룹 정기인사에서 롯데칠성 음료 BG 대표로 선임된 이영구 대표는 2018년 12월 그룹 정기인사에서 음료 실적을 끌어올리고 수익성을 개선한 점을 평가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전언이다. 정작 영업이익은 떨어졌지만 매출을 늘린 점이 평가된 셈이다.

‘SHARED HEARTS CREATE VALUE.’(마음을 나누고 가치를 창출한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내놓은 새로운 슬로건이다. 밀어붙이기식 실적 독려, 물량 공세는 새 슬로건과 왠지 동떨어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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