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비자들 값싼 제품만 찾는다..디플레에션 우려 커진다
[르포] 소비자들 값싼 제품만 찾는다..디플레에션 우려 커진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19.10.21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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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마켓>

 20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

쾌청한 휴일을 맞아 각 브랜드 매장은 쇼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기흥점은 명품부터 리빙까지 약 300여개 브랜드가 성업중이다. 브랜드별 할인율은 평균 40∼60%다. 주부 김미화(41)씨는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신상품 구매는 엄두도 못낸다”며 “주로 이월상품을 ‘반값’에 파는 아울렛에서 쇼핑을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 숙(31)씨도 “(이 곳에 오면) 할인율이 최대 70∼80% 달하는 행사 상품을 찾아 다닌다”며 “부지런하게 발품을 팔면 ‘득템’을 할 수 있다”고 만족해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관계자는 “지난 10개월 동안 하루 평균 3000여명(평일 2000여명, 주말 4000여명)이 찾고 있다”며 “예상을 웃도는 고객 방문으로 10월 현재 매출 목표를 107% 초과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아울렛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의 아울렛 매출도 2014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5년 사이 4배 이상 성장했다.

소비자들이 값싼 상품만 찾고 있다.
장기불황으로 가계 사정이 안좋은 가운데 물가마저 크게 오르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업계 전체 매출은 5년째 29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아울렛 시장은 2015년 13조원대에서 2020년 19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이월 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아울렛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갈수록 ‘착한 가격’을 선호하면서 대형마트도 값싼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제4탄’으로 ‘반값 식용유’ 등 14종의 초저가 제품을 내놨다. 이마트가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내놓은 초저가 상품은 140여 종이다. 이들 제품은 기존제품 대비 최대 60% 저렴하다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생수·물티슈·와인 등에 ‘극한가격’이란 이름을 붙여 50∼70% 할인으로 맞대응 중이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 유통기업이 초저가 상품을 내놓는 것은 쿠팡·티몬 등 ‘이커머스(e-commerce)’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손가락만 클릭해서 온라인으로 제품을 사는 소비자 비중이 갈수록 확대하면서 위기가 닥쳤다.
 쿠팡은 조(兆) 단위 적자를 감수하면서 대형마트와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1조9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거침없이 물류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위메프와 티몬도 지난해 각각 390억원, 12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유통업계의 초저가 경쟁에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파격적으로 싼 물건이 아니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의 행동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을 엿볼 수 있어서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대내외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투자시계가 흐려짐에 따라 기업과 경제의 활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며 “최근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의 분기 경제성장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기업들의 우려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휴일인 20일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을 찾은 고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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